이미 천국에 있는 사람과 중간 영계에 이제 막 들어온 지상 가족과의 만남
제가 알기로 중간 영계에서 보내는 기간은 길어야 30년을 넘지 않는다고 했어요. 만일 이 기간 중에 이미 천국 특정 공동체로 배정된 사람은 마침 지상의 혈육이 사후 중간영계로 들어오면 어떻게 만나는 건가요? 잠깐 소속 천국 공동체에서 외출을 하는 건가요?
아주 정확한 지점을 짚으셨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엉뚱하다”고 하셨지만, 사실 스베덴보리 신학을 깊이 읽는 분들만 할 수 있는 정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스베덴보리의 대답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방식이 지상적 상상과는 다르다.”입니다.
먼저 핵심 정리: ‘가는 곳’, 그러니까 최종 거처와 ‘만나는 자유’는 서로 다른 원리입니다
스베덴보리는 다음 두 가지를 구분합니다. 영혼의 최종 거처(천국·지옥)는 영적 본질에 따라 결정되고, 사랑으로 연결된 존재들과의 만남은 영계 전체에 걸쳐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즉, “어디에 사는가?”와 “누구를 만나는가?”는 완전히 다른 법칙에 의해 결정됩니다. 천국의 특정 공동체에 이미 소속되었다고 해서 그 공동체에만 갇혀 사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간영계 30년’은 시간 개념이 아니다
스베덴보리가 말한 ‘긴 사람이 30년’이라는 표현은 사실 육체적 시간 개념이 아니라, 상태 변화의 정도를 우리에게 알아듣게 설명한 것일 뿐입니다. 영계에서는 모두 상태(state)로 설명됩니다.
“이미 천국 특정 공동체에 있는 사람이 중간영계에 막 들어온 지상 가족을 만나려면, 천국에서 잠시 나와야 하나?”
결론은 예, 그럴 수 있다입니다. 그러나 그 ‘외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게 이루어집니다. 스베덴보리는 천국의 사람들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천국의 영들은, 사랑에 의해 그들이 원하거나 주님이 보시기에 필요하다 여겨지는 곳에 순간적으로 있을 수 있다.”(AC 다수, HH 192–200 부근) 즉, 걸어서 가거나 이동 수단을 타거나 문서를 발급받아 ‘외출 허가’를 받는 이런 식이 전혀 아니라, 사랑이 그 위치로 데려다 놓습니다.
실제 장면 - 천국의 부모가 중간영계로 막 들어온 자녀를 맞는 순간
스베덴보리는 이런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이미 천국에 소속된 존재였고, 자녀는 지상에서 막 죽어 중간영계에 도착했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아버지는 마치 그를 오랜 세월 기다린 듯 자녀 앞에 나타났다. 나는 아버지가 어디서 왔는지 본 적이 없다. 그는 단지 사랑에 의해 그 곳에 있었다.”(AC, HH 곳곳에 반복되는 원리) 이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국에 속해 있던 아버지는 ‘잠깐 천국을 떠나서’가 아니라, 사랑의 인력(引力) 에 의해 자녀가 있는 상태로 즉시 ‘있게 된 것’입니다. 영계에서는 “장소 이동”이 아니라 ‘상태의 이동’이 곧 이동입니다.
천국의 영들은 ‘자연적 거리’ 개념이 없다
천국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천국 공동체에 ‘전적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가정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들은 자기 집이 있습니다.(천국 공동체) 그러나 사랑이 느껴지는 곳에는 순간적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이를 영계의 공간은 ‘가까움’이 아니라 ‘사랑의 친화성’으로 결정된다라고 요약했습니다.
그럼 천국 사람은 중간영계로 “내려올” 수 있는가?
답은 예, 가능하다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대방의 영적 상태가 낮아짐으로 인해 그 사람의 상태에 맞추어 함께 있을 수 있다.”(AC 1880 근방 내용 요지) 그러나 중요한 본질은 이것입니다. 천국인이 중간영계의 가족을 만날 때 그는 ‘천국 상태를 버리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의 상태를 느끼고 그 상태에 맞는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즉, 상태(state)의 조정이지, 본질적인 소속 변동이 아닙니다.
천국의 영이 “외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가 ‘상태의 다리를 놓는다’
지상적 사고는 “천국에서 잠시 외출해서 중간영계로 내려와서 만나는가?”이지만, 영계적 실상은 “사랑의 연결이 곧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입니다. 이 만남은 다음 두 원리에 의해 설명됩니다. 첫째, 사랑이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스베덴보리는 이를 affectional presence (애정적 임재)라고 부릅니다. 둘째, 서로의 상태가 맞춰지면 즉시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천국에 속한 영이 중간영계로 들어온 가족을 능히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단, 중요한 한 가지 제한 - 천국인은 ‘지옥 상태’에 있는 가족에게는 접근하지 못한다
스베덴보리는 이 점을 매우 단호하게 말합니다. 사랑이 결합을 만들지만, 본질(善·眞)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지옥에 있는 가족, 악에 빠진 가족, 천국인이 접근할 수 없는 낮은 상태와 같은 경우에는 만남 자체가 자연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거절’이 아니라 영적 법칙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