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4 심화 2, ‘속 사람’(internal man)은 영혼이나 마음과 같은 말인가?
AC.64 심화
2. ‘속 사람’(internal man)은 영혼이나 마음과 같은 말인가?
AC.64는 창세기 1장의 속뜻이 인간의 거듭남을 다루며, 그 거듭남이 ‘겉 사람에서 속 사람으로’ 나아간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처음 AC를 읽는 독자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깁니다. ‘속 사람’(internal man)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혼’과 같은 것일까요? 아니면 ‘마음’이라는 뜻일까요?
먼저 ‘속 사람’을 단순히 몸 안에 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사람으로 상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스베덴보리가 ‘속 사람’과 ‘겉 사람’을 말할 때 이것은 육체의 안쪽과 바깥쪽이라는 공간적 구별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과 의식에 서로 구별되는 내적이고 외적인 차원이 있음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그렇다고 ‘속 사람 = 영혼’이라고 바로 등식화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영혼’이라는 말은 문맥에 따라 인간의 생명 자체나 사후에도 사는 인간을 가리키는 등 여러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속 사람’은 ‘겉 사람’과 짝을 이루어 인간 안의 내적 차원을 설명하는 특정한 용어입니다. 따라서 두 말이 관련될 수는 있어도 언제나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동의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속 사람 = 마음’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하면 생각, 감정, 의지 등을 매우 넓게 포함하여 말합니다. 그런데 AC에서는 겉 사람에게도 생각과 욕망과 판단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이라고 해서 모두 자동으로 ‘속 사람’에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눈에 안 보이는 정신 활동 = 속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너무 넓어집니다.
AC.64에서 특별히 주의할 것은 ‘거듭남이 겉 사람에서 속 사람으로 나아간다’는 표현입니다. 이것을 보고 ‘그렇다면 주님의 생명은 겉 사람에서 속 사람으로 들어가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별개의 질문입니다. AC 다른 곳에서 주님에게서 오는 생명과 선과 진리가 사람 안으로 유입되는 질서를 설명할 때와, 여기서 사람이 거듭남 가운데 겉 사람에서 속 사람으로 나아간다고 말할 때는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속 사람이 먼저 열리고 그다음 겉 사람이 바뀐다’ 또는 반대로 ‘겉 사람이 먼저 거듭난 다음 속 사람이 바뀐다’는 한 줄짜리 공식으로 AC.64를 정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이 문장에서 스베덴보리가 직접 말하는 것은 창1에서 다룬 거듭남이 겉 사람에서 속 사람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진행과 주님의 유입 질서가 어떻게 함께 성립하는지는 관련 글들을 더 읽으면서 구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속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가장 안전하게는 ‘겉 사람과 구별되는 인간의 내적 차원’이라고 잡아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겉 사람은 자연계와 감각을 통하여 관계하는 인간의 외적 차원이고, 속 사람은 그보다 내적인 인간의 차원입니다. 그러나 이 정의도 앞으로 AC가 속 사람과 겉 사람을 더 자세히 설명하면서 점차 풍성해져야 합니다.
이것은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딱 정의해 주면 편한데 왜 이렇게 여지를 남기는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AC의 중요한 용어들은 뒤로 갈수록 여러 문맥에서 점점 더 구체적으로 설명됩니다. 처음 등장한 자리에서 우리가 너무 완성된 정의를 만들어 버리면 오히려 나중의 본문을 그 정의에 억지로 맞추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속 사람은 언제나 선하고 주님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겉 사람은 세상적이고 악하다’고 처음부터 단정해 버리면 이후의 설명을 읽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내적’이라는 말 자체가 자동으로 ‘선하다’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인간의 내적이고 외적인 모든 것을 어떻게 질서 안으로 이끄시는가입니다.
AC.64가 이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거듭남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창세기 1장의 여섯 날은 단순히 사람의 외적인 생활 습관 몇 가지가 개선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주님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스베덴보리는 그 거듭남이 겉 사람에서 속 사람으로 나아간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속 사람은 영혼인가, 마음인가?’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습니다. 속 사람은 영혼이나 마음과 관련될 수 있지만 그 어느 한 단어와 단순히 동일시하기보다, AC에서 겉 사람과 구별하여 인간의 내적 차원을 가리키는 고유한 용어로 익혀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정확한 구조와 기능은 앞으로 관련 AC들이 설명할 때 하나씩 더해 가는 편이 스베덴보리의 글을 가장 안전하게 따라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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