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132, 심화 3, 프로프리움은 ‘고유 본성’(固有 本性)?
AC.132.심화
3. 프로프리움은 ‘고유 본성’(固有 本性)?
이 ‘프로프리움’을 누구는 ‘고유 본성’(固有 本性)으로 번역하더군요. 그래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유 본성’이라는 번역은 가능은 하지만, 핵심을 정확히 전달하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번역’입니다. 상황에 따라 보조적으로 쓸 수는 있어도, proprium의 중심 뜻을 대표하는 번역으로 쓰기에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고유 본성’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독자는 그것을 ‘타고난 성품’, ‘본래 가지고 있는 좋은 성질’ 쪽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베덴보리가 말하는 proprium은 그런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라, 훨씬 더 근본적인 것, 곧 ‘내가 근원이라고 느끼는 상태’, ‘모든 것을 나에게 귀속시키려는 중심 감각’을 말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본성’이라고 하면, 이 핵심이 거의 사라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proprium은 단지 ‘성질’이 아니라 ‘작동하는 방향성’입니다. 그것은 ‘나에게서 나온 것처럼 느끼고, 그것을 나의 것으로 붙잡으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래서 AC 전체에서 proprium은 거의 언제나 ‘왜곡의 근원’, 혹은 ‘주님으로부터의 흐름을 가로막는 중심’으로 다뤄집니다. 그런데 ‘고유 본성’이라고 하면 이런 긴장과 위험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만 왜 그런 번역이 나오는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proprium이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사람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자기만의 소유인 것 같은 느낌’, ‘자기에게 속한 특유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유’라는 말이 그 일부를 잡아주기는 합니다. 그래서 문맥에 따라 ‘자기의 고유스러운 것’ 정도로 풀어 설명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심 번역으로는, ‘자기 것’, ‘자기 것으로 삼는 상태’, 혹은 ‘자기중심’(proprium) 쪽이 훨씬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이 표현들은 proprium의 핵심인 ‘귀속(내 것이라 여김)’과 ‘근원 의식’을 직접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체어리티’(charity)처럼 그냥 ‘프로프리움’(proprium)으로 병기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처음에 한번 그 의미를 잡아주신 후 말이지요.
정리하면, ‘고유 본성’은 일부 뉘앙스를 담을 수는 있지만, proprium의 핵심인 ‘자기에게 돌리는 상태’를 흐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주 번역으로 쓰기보다는 설명용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베덴보리의 맥락에서는 결국 이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누구의 것으로 여기느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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