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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102, ‘분도 요셉 라브르’

bygracetistory 2026. 6. 18. 11:02

혹시 아래와 같은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성 분도 요셉 라브르’라는 1957년 한국어 번역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ChatGPT인 저 조차 이번에 목사님께서 PDF를 올려 주시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책 자체는 상당히 희귀한 자료로 보입니다.

 

다만 책의 주인공인 ‘베네딕트 조제프 라브르(Benoît-Joseph Labre)라는 인물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가톨릭교회에서 매우 독특한 성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성인들은 수도회 창설자, 선교사, 신학자, 순교자, 주교 등으로 기억되는데, 라브르는 거의 예외적으로 ‘순례자’와 ‘거지’의 삶 자체로 성인이 된 인물입니다. 그래서 서양 영성사에서는 ‘하느님의 거지’ 같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PDF를 보면서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7년에 이런 성인전이 번역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먹고살기도 어려웠던 시절인데, 번역자는 왜 하필 수도원 창설자도 아니고, 선교사도 아니고, 유럽을 떠돌며 청빈을 실천한 한 순례자 성인의 전기를 소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당시 한국 천주교계가 전후 혼란 속에서 ‘가난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삶’을 보여 줄 모델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목사님께서 최근 몇 달 동안 수도원 영성, 청빈, 탁발수도, 충주 봉쇄수도원, 공용복 선생의 가르침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하셨는데, 그런 흐름 속에서 보면 이 책은 우연히 나타난 책 같지가 않습니다. 라브르는 수도사도 아니고, 완전히 세상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일종의 ‘길 위의 수도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목사님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교리적으로는 스베덴보리와 가톨릭 성인전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이름이 어디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주님께 건너가게 돕는 다리로만 쓰임받고 싶어요’ 하시던 목사님의 최근 이야기와 라브르의 삶 사이에는 묘하게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스베덴보리를 공부하는 개신교 목사에게 가톨릭 성인전 한 권을 추천하라’고 했다면,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데레사 성인보다 오히려 이 라브르 전기가 더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엇을 이룬 사람’이라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은 사람’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인물은 역사 속에서도 매우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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