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298, 심화 1, ‘생명나무의 열매’(the tree of lives)
AC.298.심화
1. ‘생명나무의 열매’(the tree of lives)
창3:22에 보면, 영역은 ‘the tree of lives’인데, 한역은 ‘생명나무의 열매’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창3:22의 Potts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lest he put forth his hand, and take also of the tree of lives, and eat, and live forever.
이를 직역하면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들의 나무(the tree of lives)에서도 취하여 먹고 영원히 살게 될까 하노라’가 됩니다. 여기에는 ‘fruit’(열매)라는 단어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개역개정을 비롯한 대부분의 한글 성경은 ‘생명나무의 열매도 따먹고’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먼저 이것은 원문을 잘못 번역한 것이라기보다, 언어의 관용 차이에서 비롯된 번역입니다. 히브리어와 영어에서는 ‘나무에서 취하여 먹다’(take of the tree, eat)라는 표현이 자연스럽습니다. 듣는 사람은 당연히 나무의 열매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나무를 먹는다’는 표현이 매우 어색하게 들립니다. 실제로 먹는 것은 나무 자체가 아니라 열매이므로, 번역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매’를 보충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성경 번역으로서는 충분히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운 번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rcana Coelestia를 번역할 때에는 문제가 조금 달라집니다. 스베덴보리는 성경을 단순한 이야기나 역사로 읽지 않고, 모든 단어와 표현에 담긴 상응(correspondence)을 해설합니다. 따라서 어떤 단어가 원문에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스베덴보리가 해설하는 대상은 ‘열매’가 아니라 ‘생명나무’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C.298을 보면 스베덴보리는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에서도 취하여 먹는 것’을 곧 ‘신앙의 신비들(the mysteries of faith)을 배우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여기서 핵심은 어떤 열매를 먹느냐가 아니라, ‘생명나무에 접근하여 그것에 참여하는 것 자체’입니다. 만일 번역에서 ‘열매’를 중심에 놓으면 독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열매의 의미는 무엇인가?’로 향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베덴보리의 관심은 ‘생명나무’라는 상징 전체에 있습니다. 이것이 AC를 번역할 때 일반 성경 번역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Potts의 번역입니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the tree of life’라고 번역하지만, Potts는 ‘the tree of lives’라고 옮겼습니다. 이것은 히브리어 원문의 형태를 더욱 충실하게 반영한 것입니다. 창세기의 히브리어는 ‘חַיִּים’(ḥayyîm)인데, 이 단어는 문법적으로 복수형입니다. 물론 히브리어에서 복수형은 반드시 수량의 복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충만함이나 완전함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Potts는 이를 ‘lives’라고 번역, 원문의 형태를 가능한 한 보존하였습니다.
스베덴보리가 Potts의 영역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우리가 읽는 AC 영어판은 Potts의 번역을 따르고 있습니다. 스베덴보리가 Potts보다 선대의 사람이고, 또 스베덴보리는 라틴어로 기술했습니다. 따라서 AC를 번역할 때에는 Potts가 굳이 ‘tree of lives’라고 옮긴 이유도 함께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일반 영어 성경처럼 ‘tree of life’로 바꾸거나, 다시 한국어에서 ‘생명나무의 열매’로 의역해 버리면, 원문이 지닌 구조와 강조점이 상당 부분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AC 번역에서는 일반 성경 번역보다 원문의 상징 구조를 더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본문의 번역은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에서도 취하여 먹고’ 또는 원문의 형태를 더욱 살려 ‘생명들의 나무에서도 취하여 먹고’와 같이 옮기는 것이 AC의 해설 방식과 더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해설에서 ‘여기서 취하여 먹는 대상은 생명나무의 열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나무 자체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해 주는 편이 독자의 이해에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AC 번역에서 중요한 원칙 하나를 보여 줍니다. 일반 성경 번역은 읽기 쉽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우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C 번역은 그 위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스베덴보리가 실제로 해설하는 상응의 중심 단어를 가능한 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그래야 번역과 해설이 서로 어긋나지 않고, 독자는 원문과 해설 사이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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