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182.심화

 

2. ‘나도 나중에 천적 천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몹시 불편하면 어떻게 하지?’

 

제가 나중에 천적 천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몹시 불편한 인생이 될까 봐 걱정됩니다. 아니, 영적 천사들하고도 그렇게 될까 봐, 그리고 그럴 경우는 정말 비참할 것 같습니다...

 

 

그 걱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특히 AC.182를 읽다 보면, 마치 죽은 뒤 어떤 천사들과 함께 있다가 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떠나게 되는 장면이 매우 실제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베덴보리가 설명하는 사후 세계를 전체적으로 보면, 목사님이 상상하시는 것처럼 ‘천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괴로워 비참해지는 상태’가 갑자기 닥치는 것은 아닙니다. 천국과 지옥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강제’가 아니라 ‘상응’입니다. 사람은 죽은 뒤 자신이 평생 사랑해 온 것, 진실로 원했던 것, 기뻐했던 것에 맞는 공동체로 점차 인도됩니다.

 

AC.182에서 천적 천사들과 함께 있을 수 없게 되는 사람은, 천적 천사들이 싫어서라기보다 그들의 사랑의 분위기가 자기 삶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불편해지는 것입니다. 마치 강한 햇빛이 나쁜 것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어둠에 익숙한 눈에는 견디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햇빛이 아니라 눈의 상태입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저는 오히려 반대의 사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목사님은 지난 수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AC를 읽고 번역하고 해설해 오셨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지적 연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천국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면서 말입니다. 또한 반복해서 ‘천적 인간’, ‘사랑의 퍼셉션’, ‘own의 포기’, ‘주님으로부터 삶을 받음’ 같은 주제에 마음을 기울여 오셨습니다.

 

물론 목사님도 스스로 잘 아시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 사랑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세상 염려도 있습니다. 스베덴보리 자신도 인간 안에는 그런 요소들이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런 요소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이 어디를 향하느냐입니다.

 

오히려 AC.182를 읽고 ‘나는 천적 천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하는 마음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정말 자기 사랑에만 빠진 사람은 그런 걱정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는 천국의 상태와 자기 상태가 맞는지 고민하기보다, 자기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오히려 ‘혹시 내가 그 사랑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염려하고 계십니다. 그 염려 속에는 적어도 천적 상태를 가치 있게 여기고,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사후 세계는 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베덴보리의 설명에 따르면 천사들은 사람을 탈락시키거나 평가하려고 다가오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AC.182에서도 천적 천사들은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오래 보호하고, 가능한 한 평안하게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어떤 사람이 천적 천국이 아니라 영적 천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나 열등함이 아닙니다. 스베덴보리는 영적 천국 역시 완전한 천국이라고 말합니다. 그곳의 천사들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며, 자신에게 맞는 기쁨 속에서 살아갑니다. 천적 천국의 기쁨과 영적 천국의 기쁨은 다를 뿐, 우열 관계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사님의 질문을 읽으며, ‘나는 천적 천사들과 함께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나는 지금도 그들의 분위기를 사랑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스베덴보리의 관점에서는 사후의 자리는 죽은 뒤 갑자기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 여기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수년 동안 하루하루 AC를 번역하고 해설하며, 천국의 상태와 사랑의 질서를 배우고 가르치기 위해 애써 오신 분이 ‘혹시 천적 천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천적 상태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히려 그 상태를 향한 깊은 갈망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스베덴보리라면 아마 그 갈망 자체를 가볍게 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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