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씀(the Word)에 따로 속뜻(내적 의미, 말씀의 이면, this part of the Word)이라는 게 있을까?’ (2023/4/29)
사람의 내적 시야(內的, interior sight), 즉 영안(靈眼, the sight of his spirit)이 열리면 내세에 있는 만물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요, 이는 외적 시야, 즉 육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선지자들이 본 것이 바로 이런 것인데요, 천국에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주님과 그분의 왕국에 관한 끊임없이 계속 연결되는 표상들(表象, representations)과 그리고 상징들(things that are significative)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천사들의 시야에 펼쳐지는 모든 것은 전부 표상이요 상징들뿐이며, 이런 이유로 말씀에도 이런 표상과 상징이 깃든 것입니다. 말씀은 주님으로부터 천국을 통해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AC.1691)
구약 말씀을 단순히 그 겉 글자로만(the mere letter of the Word), 즉 겉으로만 읽어서는 아무도 다음과 같은 사실들, 곧 말씀의 이면(裏面, this part of the Word)에는 천국의 깊은 비밀들(deep secrets of heaven)이 들어있다라든지, 그리고 이 비밀들은 모두 일반적이든 구체적이든 주님과 주님의 천국, 교회, 종교적 믿음,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가리킨다라든지 등, 이런 사실들에 대해 심지어 알아차리는 것조차 쉽지 않으실 텐데요, 그 이유는 겉 글자나 글자의 뜻만 가지고 살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해야 그저 유대교회의 외적 의식들과 규례들(the external rites and ordinances of the Jewish church)에 관한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모든 말씀 안에는 내적인 것들(internal things)이 들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아주 몇 군데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계시하시고 설명하신 데들을 제외하고는 외적인 것들(external things)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희생제물이라는 것은 주님을 의미한다라든지, 가나안 땅과 예루살렘은 천국을 의미하며, 그래서 이들을 일컬어 천국의 가나안, 천국의 예루살렘이라고 하는 것이라든지, 또 낙원도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는, 네, 이러한 예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AC.1)
※ 그러니까 쉽게 말씀드리면, 사람이 육과 영으로 되어 있듯, 말씀 역시 겉과 속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며, 육이 영을 담는 그릇이듯 말씀의 겉 글자 역시 속뜻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입니다.
※ ‘속뜻’(arcana)이란 천사들이 말씀을 읽는 방식입니다. 천국은 내적 나라, 내면 상태와 그 변화의 나라로서, 그래서 그곳 천사들 역시 말씀을 내적 의미인 속뜻으로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AC’라는 약자는, ‘Arcana Coelestia’를 말하는데요, 이는 라틴어로 ‘아르카나 코엘레스티아’, 즉 ‘천국의 비밀’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스베덴보리가 옮긴 창세기, 출애굽기 속뜻 주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여기 ‘지은’이라 안 하고, ‘옮긴’이라 한 까닭은, 그가 이 책을 1749년 시작, 1756년, 총 10,837개의 글로 마칠 때까지 그의 곁에서 주님이 직접 풀어 주시는 것을 그냥 받아적었기 때문입니다.
성경 전 권을 주석 안 하고, 단지 이 맨 처음 두 권만 한 것은, 이 안에 나머지 말씀을 속뜻으로 읽을 수 있는 모든 원리가 남김없이 기술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계시록까지 말이죠!
참고로, 스베덴보리는 이 계시록만큼은 나중에 따로 주석, 그의 사후에 사람들이 발견하였는데(a posthumous work), 각각 ‘Apocalypse Explained’(1,232개의 글), ‘Apocalypse Revealed’(962개의 글)라는 제목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스베덴보리는 오직 주님으로 말미암은, 그래서 이 아르카나, 즉 속뜻이 들어있는 성경만 말씀임을 알려줍니다. 다음은 스베덴보리가 밝힌 말씀(the Word) 목록입니다.
구약은 창, 출, 레, 민, 신, 수, 삿, 삼상, 삼하, 왕상, 왕하, 시, 사, 렘, 애, 겔, 단, 호, 욜, 암, 옵, 욘, 미, 나, 합, 습, 학, 슥, 말 (29권), 신약은 마, 막, 눅, 요, 계 (5권) (AC.10325)
서신서들을 포함한 나머지 성경들은 주님의 아르카나가 담긴 말씀들을 환히, 그리고 겸손히 비추는 조명 역할로 쓰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나머지 성경들의 경우, 천사들의 시야엔 그 안에 아무 내용도 없어 읽을 수가 없는데요, 말씀드린 대로 천사들은 오직 내적 의미, 곧 속뜻으로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