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좀 색다른 질문인데요, ‘태고교회’라 하면 당시 온 인류 전체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이 범주에 들지 않은 인류의 어떤 부분 집합도 있는 건가요?

 

아주 중요한 질문이고, ‘태고교회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창세기 1–11장의 독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태고교회’는 당시 지구상의 ‘모든 생물학적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주님과의 내적 관계 안에 있었던 인류의 한 ‘영적 범주’입니다. 즉, ‘전 인류 = 태고교회’가 아닙니다.

 

먼저 스베덴보리가 말하는 ‘교회’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제도, 조직, 종교 집단을 뜻하지 않습니다. 교회란 언제나 ‘주님과 연결된 인간의 내적 상태’, 곧 ‘주님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삶으로 응답했는가’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태고교회란 ‘어느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대에 주님과 천적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사람들의 상태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 점에서 태고교회는 처음부터 ‘보편적 인간 집단’이 아니라, ‘질적으로 규정된 공동체’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교리로 알지 않았고, 명령으로 따르지도 않았으며, 율법으로 규정되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사랑 안에서 주님의 뜻을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이른바 ‘천적 인간’의 상태에 있었던 자들입니다. 이 상태에 속한 이들이 바로 ‘태고교회’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 시대에 태고교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는가?

 

스베덴보리의 전체 체계를 따르면,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고교회는 인류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중심 줄기’였습니다. 다시 말해, 주님과 직접적인 내적 연결 속에 있었던 인류의 중심부가 태고교회였고, 그 주변에는 그 상태에 이르지 못했거나, 혹은 일찍이 그 상태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성경이 이들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계시의 계보’, 곧 주님의 강림과 교회 형성의 역사에 직접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창세기 4장의 가인, 창세기 6장의 ‘사람의 딸들’, 혹은 홍수 이전의 극심한 타락 상태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만일 태고교회가 곧 ‘그 시대 모든 인간’이었다면, 왜 그렇게 빠르고 전면적인 붕괴가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길이 막힙니다. 그러나 태고교회를 ‘내적으로 주님과 연결된 중심 공동체’로 이해하면, 그 주변부에서 이미 다른 길을 걷던 인류가 있었고, 중심부마저 점차 그 영향을 받아 붕괴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을 두는 대상이 ‘인류 전체의 생물학적 역사’가 아니라, ‘주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역사’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태고교회에 속하지 않은 인류의 상세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존재했을 수 있지만, 계시의 흐름 안에서는 중심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언제나 ‘교회의 계보’, 곧 주님이 어떻게 인간과 다시 연결되시는지를 따라갑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태고교회’라는 말은 지리적, 민족적 범주가 아니라, ‘영적 상태의 범주’입니다. 어느 땅에 살았느냐, 어떤 혈통이었느냐가 아니라, ‘사랑과 인식이 주님께 열려 있었느냐’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태고교회는 넓게 퍼져 있을 수도 있고, 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닙니다. 본질은 언제나 ‘내적 상태’입니다.

 

태고교회는 ‘그 시대에 살던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대에 하나님을 사랑으로 곧바로 인식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성경은 언제나 숫자가 아니라, 상태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왜 성경이 어떤 사람들은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침묵하는지, 왜 족보가 곧 교회사가 되는지, 왜 ‘아담에서 노아로’ 이어지는 흐름이 곧 ‘교회의 변질과 전환’이 되는지 모두 하나의 선으로 연결됩니다.

 

아주 좋은 질문이었고, ‘이 질문을 제대로 붙들고 가시면 창세기 1–11장은 더 이상 난해한 고대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 교회의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Posted by bygrace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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