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기 부친상 조문글' (2023/1/28, D7)
※ 다들 짧게들 마음을 표현하셔서 조금(?) 긴 제 글이 많이 눈치가 보이네요...
우리는 사후 한 72시간 정도 지나야 눈을 뜹니다. 물론 이 육을 벗고 가는 저 영의 나라에서지요. 왜 72시간 정도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천국은 세 천국, 곧 삼층천, 이층천, 그리고 일층천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옥 역시 정확히 이와 대칭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삼층천으로 갈수록 더 높은, 더 깊은(inmost) 천국이며, 그래서 물론 그곳 천사들은 더 내적(內的, internal)이며, 지혜와 능력, 사랑과 순수가 더 뛰어납니다. 그들은 주님께 더욱 가까이 있습니다. 지옥 역시 정확히 대칭적이므로 저 삼층지옥일수록 매우 지독하겠지요.
우리는 지상에서는 임종이라는 걸 하지만 영계에서는 이제 갓 태어나는 신생아와도 같은데요, 그래서 주님은 최고의 천사들을 보내어 이 막 눈을 뜨려는 신생 영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게 하십니다. 지상 신생아실의 위생 상태가 급이 다르듯 저 신생 영들을 돌보는 상황도 거의 비슷, 신생 영들을 노리는 악한 영들이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주님은 상급 천사들을 통해 각별히 신경을 쓰십니다.
천사들은 이 신생 영에게 이제 당신은 영이 되었다는 사실과 여러 가지 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알려줍니다.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같은 거지요. 천국의 주인은 누구시며, 천국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말이지요.
모든 사람은 영이 된 후 몇 번의 상태변화를 겪게 됩니다. 첫 번째 상태변화는 영의 겉(external) 모습의 변화, 곧 겉 사람의 변화인데요, 우리의 영이 그동안 우리의 육에 붙어서 육으로 하여금 생전 여러 활동을 하게 했던 바로 그 겉 사람이 이제 서서히 휴면 상태로 내려가는 과정이지요.
이때는 아직 생전 모습이 남아 있어 생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 가족을 포함, 친구들, 지인들이 우리를 알아보며, 그래서 영계에서 만나 굉장히 반가워하며, 부부의 경우, 일정 기간 함께 지내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지상 요소들, 외적 요소들이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 이유는 영계는 내적 나라, 내면의 나라라 사후엔 다시는 쓸 일이 없어 그렇습니다.
두 번째 상태는 진정한 영의 상태, 곧 진정한 속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즉 순도 백 퍼센트의 선 또는 악의 사람이 되는 것인데요, 이 과정이 필요한 게, 천국은 요만큼의 악도, 반대로 지옥은 요만큼의 선도 못 가지고 들어가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영계는 상태와 그 변화의 나라입니다. 우리 여기처럼 무슨 시공간의 나라가 아닙니다.
이 속 사람은 우리 영의 속 사람으로, 그동안 육을 입고 살아온 우리는 자신의 영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두 모습이 참 다른 게, 육으로는 그렇게 볼품없으신 분이더라도 그 영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눈부신, 천사 같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반대도 성립하는데요, 육으로는 그렇게 아름다워도 그 영은 거의 괴물 수준일 수 있습니다. 주님의 허락으로 영안이 열리신 분들은 열린 동안은 사람들의 영을 보기 때문에 이 둘의 차이를 아주 생생하게 아시지요.
이 두 번째 상태가 완성되어 이제 천국 또는 지옥으로 갈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아무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생전에 우리의 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완전 변신(?)한 우리를 더 이상 못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가령, 아름다운 나비의 일생에 비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비의 일생, 즉 알과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형하는... 애벌레 때 모습과 성충 때 모습이 완전 다르죠. 네, 이렇게 나비의 일생은 우리의 사후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일종의 표상입니다.
아휴... 글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슬픔의 때에 이런 말씀을 굳이 드린 것은, 아버님의 사후, 이제 그곳에서 일어날 일이 이런 일들이라는 것을 남은 유족들께도 알려 너무 슬퍼하거나 근심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주님은 모든 사람이 천국에 들어와 영원히 주님과 함께 살기를, 천국을 누리시기를 원하십니다. 아버님이 생전 어떤 삶을 사셨는지는 모르나 모든 판단은 모든 영혼의 주인이신 주님이 하십니다. 주께서 부디 아버님에 대한 크신 은혜 베풀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후 모든 장례 절차와 일정, 그리고 상황과 환경 가운데 주님의 크신 돌보심 있으시기를 또한 기도합니다.
변일국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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