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162에는 처음 읽으면 조금 뜻밖에 느껴지는 문장이 있습니다. ‘온천국은하나의천적인간인데,이는오직주님만이천적인간이시기때문입니다.’지금까지 창1과 창2에서‘천적인간’이라는 표현은 거듭남의 가장 깊은 상태에 이른 사람이나 태고교회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데 여러 차례 사용되었습니다.그런데 여기서는 갑자기‘오직주님만이천적인간이시다’고 합니다.그렇다면 앞에서 천적 인간이라 했던 사람들은 무엇이며,왜 여기서는 오직 주님만이 천적 인간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AC.162가 무엇을 설명하려는지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스베덴보리는 모든 진리와 정의의 법이‘천적기원들’,곧 천적 인간의 생명의 질서로부터 흘러나온다고 말합니다.이어 온 천국이 하나의 천적 인간이라고 하고,그 이유를 오직 주님만이 천적 인간이시며 주님께서 천국의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따라서 여기서 강조점은 누가 천적 상태에 이를 수 있는가보다‘천적인것의근원이어디에있는가’에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창2에서 계속 배워 온 질서와도 같습니다.지혜와 지성은 인간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고 주님에게서 옵니다.선과 진리도 인간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AC.149에서는 더 나아가 오직 주님만이 본래적으로 자기 자신의 것,곧 주님의proprium을 가지고 계시며,주님의proprium은 생명이라고 했습니다.인간의proprium은 그 자체로 생명이 아니지만 주님에 의해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그러므로 인간이 천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인간 자신이 천적인 것의 근원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주님으로부터 오는 천적인 생명을 받아 그 질서 안에서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오직주님만이천적인간이시다’라는 말과 태고교회의 사람들이‘천적인간’이었다는 말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주님은 천적인 생명의 근원이시기 때문에 본래적으로 천적 인간이십니다.반면 인간은 주님으로부터 오는 생명을 받아들이는 만큼 천적 인간이 됩니다.AC.155에서 천사들이 자기들이 주님으로부터 산다는 것을 퍼셉션한다고 한 것도 같은 질서를 보여 줍니다.천사가 천사인 까닭도,천적 인간이 천적 인간인 까닭도 생명의 근원이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 아니라 주님으로부터 오는 것을 받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AC.162가‘온천국은하나의천적인간’이라고 한 뒤 곧바로‘오직주님만이천적인간이시기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천국의 모든 천사를 하나의 거대한 사람으로 상상하라는 데 우선적인 뜻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 문맥에서 먼저 붙들어야 할 것은 천국의 천적인 성질 자체가 주님에게서 온다는 사실입니다.본문도‘주님께서천국과천적인간의모든것안에서모든것이시므로,천국과천적인간은그분으로말미암아천적이라한다’고 설명합니다.천국은 스스로 천적인 것이 아니라 주님으로 말미암아 천적입니다.
이 점은 이어지는‘혼인의법’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합니다.지상의 혼인이 천적 혼인으로부터 파생되어야 한다고 할 때,그 천적 혼인의 가장 깊은 중심에도 한 분 주님이 계십니다.AC.162가 천적 혼인을‘한분주님과하나의천국,곧머리가주님이신하나의교회’라고 설명하는 이유입니다.혼인의 하나 됨도 인간 둘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독립적인 하나 됨이 아니라,그 본과 질서를 한 분 주님에게서 받습니다.
따라서‘오직주님만이천적인간이시다’라는 문장은 인간이나 천사의 천적 상태를 부정하는 말이 아닙니다.오히려 그들의 천적인 모든 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밝히는 말입니다.인간이 천적 인간이 되고 천국이 천적 천국이 되는 것은 주님과 별도로 천적인 무엇을 소유하기 때문이 아니라,주님으로부터 오는 사랑과 생명과 질서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결국 이 짧은 문장은 지금까지 창2가 계속 가르쳐 온 한 가지 질서를 다시 가장 깊은 곳에서 확인합니다. ‘생명의근원은인간에게있지않고주님에게있다’는 것입니다.(AC.162심화1)
모든진리와정의의법은천적기원들,곧천적인간의생명의질서로부터흘러나옵니다.온천국은하나의천적인간인데,이는오직주님만이천적인간이시기때문입니다.그리고주님께서천국과천적인간의모든것안에서모든것이시므로,천국과천적인간은그분으로말미암아천적이라합니다.모든진리와정의의법이천적기원들,곧천적인간의생명의질서로부터내려오는것처럼,특별히‘혼인의법’(thelawofmarriages)이그러합니다.지상의모든혼인은‘천적혼인’(celestialmarriage),곧천국의혼인으로부터,그리고그혼인에따라파생되어야합니다.이혼인은한분주님과하나의천국,곧머리가주님이신하나의교회가있는그러한혼인입니다.여기서파생되는‘혼인의법’(lawofmarriages)은한남편과한아내가있어야한다는것입니다.이경우그들은천적혼인을표상하며,천적인간의본이됩니다.이법은태고교회의사람들에게계시되었을뿐아니라그들의속사람에새겨져있었습니다.그러므로그당시에는한남자가오직한아내만을두었고,그들은하나의집을이루었습니다.그러나그들의후손들이속사람이기를그치고겉사람이되었을때에는여러아내를맞이하였습니다.태고교회의사람들은그들의혼인에서천적혼인을표상했기때문에,부부의사랑은그들에게일종의천국이자천국의행복이었습니다.그러나교회가쇠퇴했을때그들은더이상부부의사랑안에서행복을퍼셉션하지못하고,다수에게서오는쾌락,곧겉사람의즐거움에서행복을퍼셉션했습니다.이것을주님께서는‘마음의완악함’(hardnessofheart)이라하셨으며,이로말미암아그들은모세를통하여여러아내를두는것을허락받았습니다.주님께서친히다음과같이가르치십니다.All the laws of truth and right flow from celestial beginnings,or from the order of life of the celestial man. For the whole heaven is a celestial man because the Lord alone is a celestial man,and as he is the all in all of heaven and the celestial man,they are thence called celestial. As every law of truth and right descends from celestial beginnings,or from the order of life of the celestial man,so in an especial manner does the law of marriages. It is the celestial(orheavenly)marriage from and according to which all marriages on earth must be derived;and this marriage is such that there is one Lord and one heaven,or one church whose head is the Lord. The law of marriages thence derived is that there shall be one husband and one wife,and when this is the case they represent the celestial marriage,and are an exemplar of the celestial man. This law was not only revealed to the men of the most ancient church,but was also inscribed on their internal man,wherefore at that time a man had but one wife,and they constituted one house. But when their posterity ceased to be internal men,and became external,they married a plurality of wives. Because the men of the most ancient church in their marriages represented the celestial marriage,conjugial love was to them a kind of heaven and heavenly happiness,but when the church declined they had no longer any perception of happiness in conjugial love,but in pleasure from a number,which is a delight of the external man. This is called by the Lord “hardnessofheart,” on account of which they were permitted by Moses to marry a plurality of wives,as the Lord himself teaches:
AC.162는 창2:24의 ‘둘이한몸을이룰지로다’를 혼인 자체의 질서로 확장하여 설명합니다. 출발점은 지상의 혼인이 아니라 천국입니다. 스베덴보리는 모든 진리와 정의의 법이 인간 사회의 편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천적기원들’, 곧 천적 인간의 생명의 질서로부터 내려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특별히 혼인의 법이 그러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여기서 혼인은 단순한 사회 제도나 생활 방식이 아니라 천국의 질서가 지상에서 표상되는 매우 중요한 형식입니다.
이 설명의 중심에는 ‘천적혼인’이 있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지상의 모든 혼인이 천적 혼인으로부터, 그리고 그 혼인에 따라 파생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천적 혼인을 설명하면서 먼저 ‘한분주님과하나의천국’을 말하고, 이어 ‘머리가주님이신하나의교회’를 말합니다. 따라서 혼인의 하나 됨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기준은 두 인간이 서로에게만 집중하여 하나가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하나 됨의 근원이 한 분 주님에게 있다는 데 있습니다. 천국도 교회도 그분을 머리로 할 때 하나이며, 지상의 혼인도 이 천적 질서를 표상합니다.
바로 여기서 한 남편과 한 아내라는 혼인의 법이 나옵니다. 스베덴보리는 이것을 당시의 관습이나 인간이 만들어 낸 윤리 규정에서 도출하지 않고 천적 혼인으로부터 도출합니다. 한 남편과 한 아내가 혼인을 이룰 때 그들은 천적 혼인을 표상하고 천적 인간의 본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일부일처는 이 단락에서 단순히 허용된 여러 결혼 형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천적 혼인에서 파생되는 혼인의 질서로 제시됩니다.
태고교회 사람들에게는 이 법이 외적으로 계시되었을 뿐 아니라 속 사람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 한 남자와 한 여자로 하나의 집을 이루었던 것은 단지 외적인 명령을 지켰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내적 상태가 그 질서와 상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부부의 사랑은 ‘일종의천국이자천국의행복’이었습니다. 혼인의 외적 형태와 그들의 내적 생명의 질서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후손들이 속 사람이기를 그치고 겉 사람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이 변화를 혼인에서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그들은 더 이상 부부의 사랑 안에서 행복을 퍼셉션하지 못하고 다수에게서 오는 쾌락, 곧 겉 사람의 즐거움에서 그것을 퍼셉션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아내의 수가 바뀌었다는 외적 사실보다 행복을 어디에서 퍼셉션하게 되었는가 하는 내적 변화입니다. 혼인의 외적 변화는 이미 일어난 인간 내면의 변화를 드러내는 결과였습니다.
이 때문에 AC.162가 막10:5-9를 인용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주님께서는 모세가 허용한 것을 곧바로 창조의 본래 질서와 동일시하지 않으시고, ‘너희마음이완악함으로말미암아’ 그렇게 기록되었다고 말씀하신 뒤 ‘창조때로부터’의 질서로 돌아가십니다. 스베덴보리가 이 말씀을 인용한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복수의 아내가 허락되었다는 사실이 혼인의 본래 법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상태가 달라짐에 따라 허용된 것이 있었지만, 혼인의 기원과 기준은 여전히 천적 혼인에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마음의완악함’을 단순히 고집이 세거나 잔인하다는 뜻으로 좁힐 필요는 없습니다. AC.162자체의 흐름에서 보면, 태고교회의 후손들이 속 사람이기를 그치고 겉 사람이 되었으며, 부부의 사랑에서 누리던 천국의 행복을 더 이상 퍼셉션하지 못하게 된 상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님께서 막10장에서 모세의 허용을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창조의 처음을 다시 가리키신 것은, 인간의 변화된 상태와 혼인의 본래 질서를 구별하여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AC.162는 이렇게 창2:24를 천적 혼인에서 지상의 혼인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질서 안에 놓습니다. 한 분 주님, 하나의 천국과 교회, 한 남편과 한 아내, 그리고 하나의 집이라는 흐름의 중심에는 단순한 숫자상의 ‘하나’가 아니라 주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질서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 됨이 있습니다. 태고교회의 부부의 사랑이 천국의 행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혼인이 이 천적 질서를 표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단락의 ‘혼인의법’은 결혼생활에 관한 하나의 규칙을 넘어, 지상의 혼인이 어디에서 그 본과 질서를 받아야 하는지를 밝히는 말씀입니다. (AC.162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