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C.레11 심화
1.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은 왜 나뉘었을까? - 음식법에 감추어진 애정의 분별’
레11을 읽으면 가장 먼저 생기는 질문은 ‘하나님께서는 왜 어떤 동물은 정하다고 하고 어떤 동물은 부정하다고 하셨을까?’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동물 자체에 도덕적인 선악이 있다는 뜻일까요? 스베덴보리의 설명은 분명합니다. 동물 자체가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시 이스라엘 교회가 표상교회였기 때문에 각 동물이 인간 안의 서로 다른 애정을 표상했던 것입니다.
‘아르카나 코엘레스티아’(Arcana Coelestia, 1749-1756, AC) 719(창7:2)는 정한 짐승이 선한 애정을, 부정한 짐승이 악한 애정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정한 짐승들이 온순하고 선하며 유용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부정한 짐승들은 그 반대의 성질을 표상합니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이 표상하는 인간의 애정입니다.
‘계시록 해설’(Apocalypse Explained, 1757-1759, AE) 650(계11:7)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레11의 음식법 자체를 직접 언급합니다. 당시 교회가 표상교회였기 때문에 짐승에 관한 법 하나하나에도 표상적 의미가 있었으며, 먹을 수 있는 짐승은 선을, 먹을 수 없는 짐승은 악을 의미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레11의 정결 규례는 고대의 음식 목록을 넘어 인간 안의 선한 애정과 악한 애정을 분별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먹는다’는 행위와 연결됩니다. 음식은 몸 밖에 있을 때는 아직 내 몸이 아니지만 먹으면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됩니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애정이나 생각이 마음에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곧 ‘나’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며 의도할 때 점차 자기 것으로 삼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은 정한 것을 ‘먹으라’고 하고 부정한 것은 ‘먹지 말라’고 합니다.
이 원리는 거듭남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에게 악한 생각이나 욕망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가 거듭남은 아닙니다. 유혹 속에서는 원하지 않는 생각과 욕망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자기 것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느냐, 아니면 주님의 진리 앞에서 그것이 악임을 보고 거절하느냐입니다. 우리 앞에 음식이 놓였다고 모두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실패를 들었을 때 은근한 즐거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즐거움을 계속 되새기며 즐긴다면 그것을 ‘먹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용서하고 싶은 마음, 주님께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면 그런 선한 애정은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삶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레11의 내적 의미를 살아간다는 것은 고대 이스라엘의 음식 목록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하루 동안 내 마음에 들어오는 수많은 애정과 생각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절할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것이 즐거운가?’가 아니라 ‘이 즐거움은 어떤 사랑에서 오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거듭남은 이런 의미에서 영적인 식생활과 같습니다. 무엇이든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무엇이 생명에 속하고 무엇이 죽음에 속하는지를 분별하여 생명에 속한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참된 자유입니다. 레11의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은 오늘도 우리 마음의 식탁에 놓여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어떤 애정과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가?’ 이것이 음식법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시는 질문입니다. (SWC.레11 심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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