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8

 

두 번째 상태는, 주님께 속한 것들과 사람에게 고유한 것들 사이에 구별이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주님께 속한 것들은 말씀에서 ‘리메인스’(remains)라 불리는데, 여기서 리메인스란 특히 유아기부터 배워 저장되어 온 신앙의 지식들입니다. 이 지식들은 저장되어 있으나, 사람이 이 두 번째 상태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는 이 상태가 거의 항상 시험이나 불행, 혹은 슬픔 없이 존재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을 통해 몸과 세상에 속한 것들, 곧 사람에게 고유한 것들이 고요해지고, 마치 죽은 것처럼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겉 사람에 속한 것들이 속 사람에 속한 것들과 분리됩니다. 그리고 속 사람 안에는 리메인스가 있는데, 이 리메인스는 지금까지 바로 이 목적을 위해 주님에 의해 저장되어 온 것입니다. The second state is when a distinction is made between those things which are of the Lord, and those which are proper to man. The things which are of the Lord are called in the word “remains,” and here are especially knowledges of faith, which have been learned from infancy, and which are stored up, and are not manifested until the man comes into this state. At the present day this state seldom exists without temptation, misfortune, or sorrow, by which the things of the body and the world, that is, such as are proper to man, are brought into quiescence, and as it were die. Thus the things which belong to the external man are separated from those which belong to the internal man. In the internal man are the remains, stored up by the Lord unto this time, and for this use.

 

 

해설

 

AC.8은 거듭남의 두 번째 상태를 설명하며, 인간 영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를 나타냅니다. 첫 번째 상태가 주님의 자비가 어둠 속에서 처음 움직이시는 준비의 단계라면, 두 번째 상태는 인간 내부에서 주님의 것과 ‘자기 고유한 것(proprium, own), 즉 고유 본성이 처음으로 분별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스베덴보리는 이 구별이 영적 삶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선과 진리가 자기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한 결코 거듭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님께 속한 것들은 성경에서 ‘남은 자(remains, 리메인스)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유아기부터 주님이 사람 안에 조용히 저장해 두신 선과 진리의 씨앗들, 즉 신앙의 지식들, 선한 분위기와 감정, 기도와 예배 경험, 사랑받고 사랑한 경험 등 모든, 하나님으로부터 온 선한 흔적을 말합니다. 이것들은 평소에는 감춰져 있지만, 주님은 필요한 때에 이것들을 깨워 사용하십니다. 그러나 리메인스가 의식적으로 작동하려면 먼저 사람 안의 ‘자기 고유한 것’, 즉 몸과 세상에 속한 욕망과 집착이 조용해져야 하는데, 그래서 스베덴보리는 오늘날 이 두 번째 상태는 거의 항상 ‘시련, 슬픔, 불행, 내적 갈등’과 함께 온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인데요, 소위 모태신앙이라 하는 저였지만, 3 때 어머니 교통사고로 갑자기 별세하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고 나서야 그동안 천방지축, 교회 안 다니는 사람과 별 다를 바 없었던 인생의 세속적 추구로부터 한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겨우 시작이었고, 비록 대기업도 다니고, 대형 교회의 중요 스태프로 섬겼어도 여전히 큰 교만과 자만의 세속적 괴물이었던 저는 이후 권고사직이라는 내침을, 그것도 신학을 하기 전 한 번, 신학을 하고 난 다음 또 한 번 등 두 번이나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비록 겉으로는 신앙의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 본모습은 여전히 주님의 것을 가로채려는 자였던 것이었죠. 저는 저를 부단히도 스스로 높이는 자였던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나이는 먹어가면서, 그러나 더 이상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말할 수 없는 비참 가운데 있다가, 드디어 진심으로 저 둘째의 고백,

 

17이에 스스로 돌이켜 이르되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여기서 주려 죽는구나 18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19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나를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 하리라 (15:17-19)

 

하는 고백이 터져 나왔는데, 그러면서 뭔가 제 삶에 영적 전환이 비로소 시작된 것입니다. 제게 이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가 이제 보니 바로 저 리메인스, 곧 주님이 저의 어린 시절, 제 안에 차곡차곡 쟁여놓으셨던 리메인스였던 것이지요.

 

이러한 고통은 주님이 벌하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겉 사람(외적 인간)을 잠잠하게 하여 속 사람(내적 인간)을 열어 주시는 섭리적 허용입니다. 고난을 통해 외적 욕망은 약해지고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게 되며, 그 자리에 속 사람 안에 저장된 리메인스가 떠오를 여지가 생깁니다. 이때 처음으로 사람은 내적 차원에서 주님에게 속한 것과 자기에게 속한 것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으며, 이는 거듭남의 본격적인 시작을 뜻합니다. 이렇게 겉 사람에 속한 것들이 속 사람과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내적 세계를 향한 관문을 열게 되고, 주님이 이제껏 저장해 두신 리메인스가 이 시기에 사용되도록 깨어납니다. 따라서 AC.8이 말하는 두 번째 상태는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주님이 인간을 재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게 하시는 성스러운 분별의 과정이며, 겉 사람의 소리가 조용해질 때 비로소 속 사람의 진짜 생명이 깨어나는 전환의 시점입니다.

 

 

 

AC.9, 창1, '세 번째 상태' (AC.6-15)

AC.9 세 번째 상태는 회개(repentance)의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사람은 ‘속 사람’으로부터 경건하고 진지하게 말하며, 체어리티의 행위 같은 선을 행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이 선들을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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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7, 창1, '첫 번째 상태' (AC.6-15)

AC.7 첫 번째 상태는, 거듭남에 앞서 존재하는 상태인데, 여기에는 어린 시절(유아기) 부터의 상태와, 거듭남 직전에 있는 바로 그 상태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 상태는 ‘혼돈’, ‘공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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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7

 

첫 번째 상태는, 거듭남에 앞서 존재하는 상태인데, 여기에는 어린 시절(유아기) 부터의 상태와, 거듭남 직전에 있는 바로 그 상태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 상태는 ‘혼돈’, ‘공허’, 그리고 ‘흑암’이라 불립니다. 그리고 그 상태 안에 일어나는 첫 움직임, 곧 주님의 자비(긍휼) 가 바로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라는 말씀입니다. The first state is that which precedes, including both the state from infancy, and that immediately before regeneration. This is called a “void,” “emptiness,” and “thick darkness.” And the first motion, which is the Lord’s mercy, is “the spirit of God moving upon the faces of the waters.

 

 

해설

 

AC.7은 거듭남의 첫 번째 상태를 설명하며, 인간 영적 삶의 시작이 어떤 실존적 조건 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밝히는 핵심 단락입니다. 스베덴보리는 거듭남의 시작을 ‘첫째 날’에 대응시키며, 이 단계는 거듭남 이전의 모든 상태를 포함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유아기의 상태와, 성인이 되어 거듭남 직전에 놓인 내적 상태가 모두 포함됩니다. 유아기는 악을 스스로 행할 수 없어 죄가 없지만 여전히 영적 무지 속에 있으며, 선과 진리의 의식적 빛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성인이 되어 거듭남의 문턱에 이르면 인간은 내면에서 공허함, 혼란, 영적 무지, 삶의 의미 상실과 같은 깊은 내적 어둠을 경험하는데, 성경은 이를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는 표현으로 상징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혼돈(void), “공허(emptiness), “흑암(thick darkness)은 모두 선이 없고, 진리가 없으며, 하나님에 대한 참된 인식조차 없는 영적 빈곤과 무질서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이 상태는 단순한 절망이나 부정이 아니라 주님이 거듭남을 일으키기 위해 준비시키시는 ‘(前) 재창조’의 상태입니다. 바로 이 어둠 속에서 최초의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성경은 이것을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로 표현하고, 스베덴보리는 이는 주님의 긍휼과 사랑의 가장 첫 작용이라고 해석합니다. 인간은 이 단계에서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고, 모든 선한 동기와 영적 깨달음의 첫 시초는 오직 주님의 자비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이 ‘운행’은 겉 사람의 혼란과 무지 속에 은밀히 스며드는 주님의 생명의 기운으로, 속 사람 안에 저장된 리메인스들을 깨우기 위한 준비이며, 곧 이어지는 빛의 창조(둘째 절)에 앞서 주님의 ‘선재적 역사(prevenient mercy)가 작용하는 순간입니다. 따라서 이 글 AC.7이 말하는 첫째 상태는 절망적 공허가 아니라, 주님의 빛이 비춰 들어올 수 있도록 인간의 내적 기반을 정리해 가는 창조적 혼돈의 단계이며, 인간이 비로소 거듭남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필수적 영적 출발점입니다.

 

 

 

AC.8, 창1, '두 번째 상태' (AC.6-15)

AC.8 두 번째 상태는, 주님께 속한 것들과 사람에게 고유한 것들 사이에 구별이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주님께 속한 것들은 말씀에서 ‘리메인스’(remains)라 불리는데, 여기서 리메인스란 특히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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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6, 창1, '본문, 개요' (AC.6-15)

창1 개요 AC.6 6일이라는 기간은, 사람의 거듭남 전 과정 가운데 연이어 일어나는 수많은 상태를 말하는데, 보통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six days, or periods, which are so many successive states of the re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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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설명은 ‘스베덴보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즉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그의 대표 저작인 ‘Arcana Coelestia’(약어 AC)에 대한 소개입니다.

 

참고로, 스베덴보리의 저작들은 전부 약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AC는 ‘천계비의(天界秘義, Arcana Coelestia, 1749-1756, 라틴)의 약어이고, HH는 ‘천국과 지옥(Heaven and Hell, 1758), CL은 ‘결혼애(結婚愛, Conjugial Love, 1768)의 약어입니다.

 

Arcana Coelestia’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창세기와 출애굽기의 내적, 영적 의미를, 천국 관점에서 풀어낸 거대한 영적 주석서’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경 주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영혼의 구조’, ‘주님과 인간의 관계’, ‘거듭남의 과정’, ‘천국과 지옥의 실상’, ‘삶과 사후의 법칙’ 등을 다루는, 기독교 전통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저작입니다.

 

왜 이런 책을 썼는가?

 

스베덴보리는 ‘성경에는 외적 의미, 곧 겉 글자의 뜻, 겉뜻만이 아니라, 그 안에 영적 의미, 곧 속뜻(arcana)이 계시되어 있다. 사람이 육과 영으로 되어있듯 말씀도 겉뜻과 속뜻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기는 주님의 허락으로 오랜 세월 영계를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자기로 하여금 이러한 성경의 속뜻, 곧 arcana를 설명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고 기록합니다. Arcana Coelestia는 단순한 신학책이 아니라, ‘천사들은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영계에서 성경의 단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의 내면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영적 성장, 곧 거듭남은 실제로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등, 이런 질문들에 대한 ‘체계적인 해설서’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다섯 가지

 

첫째, 성경의 영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해설

 

창세기와 출애굽기의 모든 낱말, 사건, 인물들을 ‘상응(correspondence) 개념으로 풀어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아담’은 태고교회, ‘가인’은 신앙과 사랑의 분리, ‘홍수’는 인간 내부의 영적 붕괴, 그리고 ‘출애굽’은 거듭남의 전체 여정이라는 의미와 각각 상응한다는 것이지요.

 

둘째, 주님을 중심으로 성경 전체를 통합

 

성경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주님의 영광, 주님의 인성의 영화, 그리고 인간 구원의 내적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셋째, 인간 영혼의 작동 원리를 밝힘

 

거듭남은 감정이 아니라 ‘내적 질서의 회복’이며, 그 과정에서 신앙, 사랑, 양심, 자유의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매우 세밀하게 설명합니다.

 

넷째, 천국과 지옥을 실제 세계로 다룸

 

어디까지나 추측, 즉 ‘이럴 것이다’가 아니라, ‘보았다’, ‘들었다’, ‘그들과 대화했다’ 등의 형식으로 영계의 구조, 영혼의 상태, 사후의 삶을 설명합니다.

 

다섯째, 신앙생활과 일상에 직결되는 원리를 제시

 

Arcana Coelestia는 단순 주석이 아니라 ‘삶의 법칙’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선과 진리가 어떻게 하나가 되는가?’, ‘자아(ego)의 본질은 무엇인가?’, ‘선을 행하는 자유란 무엇인가?’, ‘악과 거짓의 구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주님은 어떻게 사람을 인도하시는가?’ 등, 이 책을 읽으면 신앙적인 질문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 대한 관점’이 달라집니다.

 

누가 읽으면 좋은가?

 

기독교인 가운데 성경의 깊은 면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든지, 비기독교인 중에서는 철학이나 영성, 인간 의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든지, 혹은 학자나 사상가 중에서는 신학, 심리학, 영성학의 교차점에 관심 있는 사람 등, 그러니까 사람의 내면 변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좋습니다.

 

이 책, ‘Arcana Coelestia’는 특정 종파의 권유, 호교론이 아니라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근본 원리를 다루는 보편적 영성서’입니다.

 

요약

 

Arcana Coelestia는 성경의 영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해설하며, 인간 영혼의 구조와 천국과 지옥, 주님의 인도하심, 그리고 거듭남의 실제 과정을 설명하는 기독교 영성의 대작이다.

 

비유하자면

 

성경이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라면, Arcana Coelestia는 그 뒤에 있는 ‘설계도와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마치 건물의 외관만 보고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그 건물의 내부 구조와 전기, 배관, 철골 설계를 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가?’에서 더 나아가, ‘왜 그렇게 말하는가?’, ‘그게 인간 안에서 실제로 어떤 영적 과정으로 일어나는가?’를 알려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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