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C.035 | 천주교의 교리와 신앙 속 진리와 오류 100선
‘마리아는 하늘의 여왕으로 공경받는다’ – 천국의 참된 왕권은 누구에게 있으며, 마리아의 특별한 지위는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
해설
‘마리아는 하늘의 여왕으로 공경받는다.’ 이것은 천주교의 마리아 신앙에서 널리 사용되는 ‘하늘의 여왕’(Regina Caeli, Queen of Heaven)이라는 칭호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마리아를 ‘천상 모후’(天上母后)라고 부르며, 성모상에 왕관을 씌우거나 왕좌에 앉은 마리아의 모습을 성화와 조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묵주기도의 영광의 신비 마지막 단에서는 마리아가 하늘의 모후로 관을 받으시는 일을 묵상합니다. 이러한 신심에는 마리아가 주님의 어머니로서 특별한 영광을 받았으며, 천국의 모든 성인과 천사 가운데 뛰어난 지위를 차지한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을 접하면 몇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천국의 왕은 오직 주님 한 분이신데, 어떻게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마리아가 하늘의 여왕이라는 말은 단순한 존칭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천국에서 특별한 권위를 행사한다는 뜻일까요? 무엇보다 천국의 모든 생명과 권능이 오직 주님에게서 나온다면, 마리아에게 별도의 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이 문제는 단순히 마리아에게 사용하는 칭호의 적절성을 넘어, 천국이 어떤 질서로 이루어져 있는지, 천사와 성인들의 영적 권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모든 예배의 중심이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중요한 신학적 문제입니다.
먼저 천주교가 말하는 마리아의 왕권(王權, queenship)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4년 10월 11일 회칙 ‘하늘의 여왕께’(Ad Caeli Reginam)를 발표하면서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으로 공경하는 신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마리아의 왕권을 기념하는 축일을 제정했습니다. 처음에는 5월 31일에 지냈지만, 현재 로마 가톨릭 전례력에서는 성모 승천 대축일로부터 여드레 뒤인 8월 22일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을 지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1954년의 회칙이 마리아의 왕권을 처음으로 새로운 신앙의 교의로 선포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오 12세는 회칙 6항에서 새로운 신앙의 진리를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교회의 전통과 전례 안에서 인정되어 온 마리아의 왕적 지위를 더욱 분명히 설명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왕권을 1954년에 갑자기 만들어 낸 교리라고 설명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랜 전통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전통이 실제로 주님의 계시에 근거한 진리인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마리아의 왕권은 단순히 존칭으로만 이해되지 않습니다. 천주교는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되는 특별한 왕적 존엄과 영향력이 있으며, 그가 신자들을 위하여 모성적으로 전구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명예로운 칭호와 실제적인 천상 권위에 관한 주장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천주교가 마리아의 왕권을 설명하는 첫 번째 근거는 그가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라는 사실입니다. 눅1:32–33에서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실 예수님이 다윗의 왕위를 받으시고 영원히 다스리실 것이라고 전합니다. 또한 눅1:43에서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내 주의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천주교는 이 말씀들을 근거로 영원한 왕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에게도 특별한 왕실적 존엄이 주어졌다고 이해합니다. 구약 이스라엘의 왕실에서 왕의 어머니가 차지한 지위 역시 이러한 해석과 연결됩니다. 왕상2:19에서는 솔로몬이 어머니 밧세바를 위하여 일어나 절하고, 자신의 오른쪽에 자리를 마련해 주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천주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마리아를 왕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자 특별한 영광을 받은 여인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경이 직접 증언하는 내용과 후대의 신학적 적용을 구별해야 합니다. 눅1:32–33은 예수님께서 영원히 다스리실 왕이심을 분명하게 가르치지만, 마리아에게 천국의 왕권이 부여된다고 직접 선언하지는 않습니다. 왕상2:19 역시 고대 이스라엘 왕실에서 왕의 어머니가 존중받았다는 역사적 사례이지, 마리아가 천국에서 모든 천사와 성인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직접 가르치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마리아의 왕권은 이러한 성경 본문들을 연결하여 형성된 신학적 해석이며, 성경이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주님의 영원한 왕권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비오 12세의 회칙은 마리아의 왕권을 그리스도의 어머니라는 지위에만 근거하지 않습니다.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에 특별하게 협력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합니다. 회칙 34–39항은 마리아가 구속주이신 그리스도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었으며, 그분의 고난과 승리에 특별한 방식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왕적 존엄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회칙 39항은 엄밀하고 완전한 의미에서 참된 왕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마리아는 제한적이고 유비적인 의미에서 그 왕권에 참여한다고 분명하게 구별합니다. 여기서 마리아의 왕권은 그리스도에게서 독립된 신적 통치권이 아니라, 그분에게서 비롯되는 종속적인 권위라는 것입니다. 또한 천주교는 하나님께만 드리는 ‘흠숭’(欽崇, adoration)과 성인들에게 드리는 ‘공경’(恭敬, veneration)을 구별하며, 마리아에게는 다른 성인들보다 특별한 공경을 드린다고 가르칩니다. 이러한 구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66항과 ‘가톨릭교회 교리서’(Catechism of the Catholic Church) 971항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러므로 천주교가 공식적으로 마리아를 주님과 동등한 신으로 숭배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마리아의 왕권이 주님의 왕권에 종속되어 있다고 설명하더라도, 그에게 부여된 특별한 천상 권위와 신자들을 위한 ‘전구’(轉求, intercession)가 과연 성경과 천국의 영적 질서에 근거하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하늘의 여왕’이라는 표현이 다른 문맥에서도 나타납니다. 렘7:18과 렘44:17–19에서는 유다 백성이 하늘의 여왕에게 제물을 바치고 분향하며 전제를 드리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하여 이러한 행위를 강하게 책망하십니다. 이 말씀을 근거로 천주교가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곧 구약의 우상숭배와 동일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에서는 역사적 대상과 신학적 의미를 구별해야 합니다. 예레미야서의 하늘의 여왕은 고대 근동의 여신 숭배와 관계된 표현인 반면, 천주교가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리스도의 어머니에게 주어진 특별한 영광을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대상과 의미가 자동으로 동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구절들을 마리아 공경에 대한 직접적인 역사적 판정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우리가 반드시 살펴야 할 영적 원칙이 있습니다. 인간이 주님께만 속한 신적 권능과 영광을 다른 존재에게 돌리고, 그 존재를 신적 생명과 구원의 근원처럼 의지한다면 그것은 참된 예배의 질서를 벗어나는 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질문은 마리아에게 사용하는 칭호가 고대 여신의 명칭과 같다는 사실이 아니라, 실제로 누구를 모든 사랑과 자비, 권능과 구원의 궁극적인 근원으로 여기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제 스베덴보리의 렌즈로 천국의 왕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천국과 지옥’(Heaven and Hell, HH, 1758) 2–6항에서 천국의 하나님은 오직 주님 한 분이시라고 가르칩니다. 천국의 모든 천사는 주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며, 그분과 나란히 독립적인 신적 통치권을 지니는 존재는 없습니다. 또한 HH.7–8에서는 천국을 천국 되게 하는 것이 천사들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거룩함이나 권능이 아니라, 주님에게서 흘러나와 천사들이 받아들이는 신적 선과 진리라고 설명합니다. 천사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모든 참된 선과 자신들이 이해하는 모든 참된 진리가 주님에게서 온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그러므로 천국의 어떤 천사도 자신의 능력과 지혜로 천국을 이루거나 유지하지 않습니다. 천국의 모든 생명은 주님에게서 흘러들어오며, 천사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만큼 천국의 생명에 참여합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마리아의 왕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을 제공합니다. 설령 마리아가 천국에서 매우 높은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독립적인 신적 권능이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어떤 천사가 특별한 지혜와 사랑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가 다른 천사들에게 신적 생명을 부여하는 근원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천국의 참된 통치권은 오직 주님에게 속하며, 모든 천사와 인간은 그분에게서 오는 선과 진리를 받아들여 자신에게 맡겨진 쓰임을 감당합니다.
스베덴보리는 ‘참된 기독교’(True Christian Religion, TCR, 1771) 94항에서 마리아를 높이는 당시 로마 가톨릭의 신심을 직접적으로 비판합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주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기보다 마리아의 아들로 생각하는 경향을 지적하면서, 로마 가톨릭이 마리아를 다른 모든 성인보다 높이고 여신이나 성인들의 여왕처럼 받들었다고 비판합니다. 원문에는 마리아를 ‘여신 또는 여왕’(goddess or queen)으로 높였다는 강한 표현이 실제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여기서 스베덴보리의 평가와 천주교의 공식 교리를 구별해야 합니다. 천주교는 마리아를 여신이라고 가르치지 않으며, 그에게 주님과 동등한 신적 왕권이 있다고 선언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TCR.94의 비판을 오늘날 천주교의 공식 교리를 그대로 설명한 문장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 본문은 스베덴보리가 당시의 마리아 신심에서 발견한 영적 위험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그가 특히 경계한 것은 주님의 신적 정체성을 마리아에게서 비롯된 자연적인 모자 관계 안에 가두거나, 마리아에 대한 공경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님의 유일한 신성이 흐려지는 현상이었습니다. 스베덴보리는 주님께서 마리아에게서 자연적인 인성을 취하셨지만, 그 인성을 점차 영화하여 온전히 신적으로 만드셨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영화 이후의 주님을 여전히 마리아에게서 비롯된 자연적인 인성에 의하여 규정하거나, 그 모성에서 마리아의 영원한 왕적 권위를 도출하는 일은 그의 주님론에 비추어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별은 TCR.827에서도 확인됩니다. 스베덴보리는 자신이 영계에서 흰옷을 입은 마리아를 보았으며, 마리아가 자신은 주님의 어머니였지만 주님께서 어머니에게서 취하신 인간적인 것을 벗으시고 인성을 신적으로 만드셨으므로 이제는 그분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예배한다고 말했다고 기록합니다. 또한 마리아는 주님 안에 모든 신성이 있으므로 사람들이 그분을 여전히 자신의 아들로 이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합니다. 이것은 성경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스베덴보리가 자신의 영적 경험으로 보고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성경의 증언과 동일한 종류의 자료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스베덴보리의 마리아 이해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천국의 왕좌에 앉아 다른 천사와 성인을 다스리는 존재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그는 주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예배하는 영계의 인간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이 기록이 마리아의 천국 내 모든 관계와 쓰임을 완전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므로, 마리아에게 어떠한 특별한 영적 상태나 영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주님과 구별되는 피조물이며, 자신의 하나님으로 오직 주님을 예배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해는 천국의 모든 선과 생명이 오직 주님에게서 비롯된다는 HH.7–8의 가르침과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천국에서 높은 지위나 특별한 권위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흔히 자연계의 왕권을 기준으로 천국의 질서를 상상합니다. 자연계에서 왕이나 여왕은 영토와 백성을 다스리는 통치자이며, 높은 지위에는 더 큰 권력과 영향력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스베덴보리가 설명하는 천국의 질서는 그러한 자연적인 권력 구조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천국에도 서로 다른 천사 사회와 질서가 있으며, 천사들은 각자의 상태와 쓰임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감당합니다. 그러나 참된 권위는 자기 자신을 높이거나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님에게서 오는 사랑과 지혜를 받아들이고, 그 사랑과 지혜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선한 쓰임에서 나타납니다. 주님께서는 막10:42–45에서 세상의 집권자들이 사람들을 주관하지만, 제자들 가운데서는 크고자 하는 사람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천국의 참된 높음은 바로 이러한 섬김의 질서와 관계됩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특별한 영적 상태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모든 천사와 성인을 지배하는 독립적인 권력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마리아의 복됨은 주님께서 맡기신 거룩한 쓰임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뜻에 순종한 데서 이해해야 합니다. 천국의 어떤 존재도 자신의 권능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에게서 오는 생명을 받아들이는 만큼 참된 사랑과 지혜 안에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천주교의 공식적인 설명과 실제 신앙생활에서 형성될 수 있는 통념을 다시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주교는 마리아의 왕권이 주님의 왕권에 종속되어 있으며,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돕는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교리의 구별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신앙생활에서도 언제나 그 구별이 올바르게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신자가 마리아를 주님보다 더 자비로운 존재로 생각하거나, 주님께서는 엄격하시지만 마리아가 그분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에게 필요한 은총을 얻어 준다고 이해한다면, 그것은 별도로 검토해야 할 신앙적 통념입니다. 여기서 스베덴보리의 주님론은 매우 중요한 진리를 밝힙니다. 주님은 무한한 사랑과 지혜 자체이시며, 모든 자비와 구원의 근원이십니다. 주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고 도우시기 위하여 어떤 피조물에게 설득을 받으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마리아를 통하여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더욱 깊이 깨닫는 것과, 마리아가 주님보다 더 자비로워 그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전자는 신앙적인 정서와 해석의 문제로 살펴볼 수 있지만, 후자는 주님 자신의 신적 사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마리아의 왕권이라는 칭호 자체보다 전구와 중재에 관한 신학적 이해와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후속 해설에서 별도로 다루는 것이 적절합니다.
마리아라는 인물의 역사적 중요성과 믿음의 모범은 충분히 존중해야 합니다. 눅1:38에서 마리아는 자신을 주의 여종이라고 부르며 주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눅1:46–47에서는 자신의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자신의 마음이 하나님 자신의 구주를 기뻐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인간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모습은 천국의 참된 질서와도 깊이 연결됩니다. 천국의 천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선과 진리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모든 선과 진리가 주님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뻐합니다. 마리아의 복됨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주님의 성육신이라는 특별한 역사에 쓰임을 받았으며,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을 믿음과 순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를 올바르게 기억하는 길은 그를 하늘의 여왕으로 높이는 표현이 얼마나 장엄한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하여 인간으로 오신 주님의 신성과 구속의 역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그가 보여 준 순종을 우리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의 참된 영광은 다른 사람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과 진리를 받아들이고 이웃을 위한 선한 쓰임으로 살아가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해야 합니다. 천국에는 과연 주님과 나란히 영광을 받으며 특별한 왕권을 행사하는 존재가 있을까요? 스베덴보리는 천국이 주님에게서 오는 선과 진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영적 질서이며, 그 안의 모든 천사는 오직 주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한다고 가르칩니다. 천국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천사 사회가 존재하며, 각기 서로 다른 선한 쓰임을 감당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다양성의 중심에는 언제나 주님 한 분이 계십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를 복된 여인으로 기억하고 그의 믿음과 순종을 존중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에게 천국의 모든 천사와 성인 위에 있는 특별한 왕적 권위를 부여하고 이를 신앙적으로 공경해야 할 지위로 확정하는 일은 별도의 근거를 요구합니다. 특히 그 권위를 주님의 영원한 왕권에 대한 참여라는 말로 설명하더라도, 그러한 참여가 실제로 어떤 영적 의미를 가지며 무엇을 근거로 마리아에게만 특별히 부여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스베덴보리의 렌즈가 강조하는 것은 천국의 모든 생명과 통치가 오직 주님에게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마리아를 공경하는 마음이 참으로 올바른 방향을 향한다면 그 마음은 마리아에게 머무르지 않고, 마리아가 자신의 하나님이자 구주로 찬양한 주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역시 어떤 특별한 인간이나 천사의 영광을 바라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천국의 모든 사랑과 지혜, 모든 선과 진리, 모든 권능과 영광의 근원이신 주님을 바라보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천국의 참된 왕은 오직 주님 한 분이시며, 그분의 왕권은 다른 어떤 피조물에게서도 비롯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교리를 검토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마리아의 지위를 높이거나 낮추는 데 있지 않고, 천국의 모든 생명과 권능이 오직 주님에게 속한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는 데 있습니다. (SL.RC.035 해설)
요약
‘마리아는 하늘의 여왕으로 공경받는다’라는 명제에는 마리아가 주님의 성육신을 위하여 선택된 복된 여인이며, 그에게 부여되는 모든 영광과 은총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에게서 비롯된다는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천주교는 마리아의 왕권을 주님과 동등한 신적 통치권으로 가르치지 않으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자 구속의 역사에 특별히 협력한 인물에게 주어진 종속적이고 참여적인 권위로 설명합니다. 또한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하나님께 드리는 흠숭을 구별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마리아가 천국에서 모든 천사와 성인 위에 있는 여왕으로 통치한다는 사실을 직접 선언하지 않습니다. 천주교가 제시하는 근거들은 주님의 왕권, 고대 왕실에서 왕의 어머니가 차지한 지위, 마리아의 특별한 소명과 구속에 대한 협력을 연결한 신학적 해석에 해당합니다. 스베덴보리는 HH.2–12에서 천국의 모든 선과 권능이 오직 주님에게서 비롯된다고 가르치며, TCR.94에서는 마리아를 여신이나 성인들의 여왕처럼 높이는 당시의 신심을 직접 비판합니다. 또한 TCR.827에서는 마리아가 주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예배하는 영계의 인간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스베덴보리의 관점에서 오류로 검토해야 할 핵심은 마리아를 복된 여인으로 존중하거나 그가 특별한 쓰임을 감당했다고 인정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가 주님의 어머니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천국의 모든 피조물 위에 있는 특별한 왕적 권위를 신적으로 확정하고, 그 권위를 종교적 공경과 전구 요청의 근거로 삼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이는 천주교가 마리아를 여신으로 가르친다는 뜻이 아니며, 마리아의 왕권과 전구의 구체적인 타당성도 각각 구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스베덴보리의 관점에서 천국의 모든 천사와 인간은 주님에게서 오는 생명을 받아들이는 피조물이며, 그들의 참된 위대함은 독립적인 권능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과 지혜를 받아 이웃을 섬기는 선한 쓰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여왕’이라는 칭호보다 더욱 중요한 진리는 천국의 유일한 왕이신 주님께 모든 영광과 권능이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참된 신앙은 마리아의 왕권에 머무르지 않고, 마리아 자신이 자신의 하나님이자 구주로 찬양한 주님 한 분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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